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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병원

20220404 삼성병원 수술 및 퇴원

드디어 수술일이 다가왔는데 몇시에 하는지가 안정해졌다.
어차피 뭐 먹지도 못하고 금식이라 언제 하든 상관이야 없겠지만, 일찍 수술해놓으면 상태에 따라 하루라도 빨리 퇴원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같은 방 환자분들은 모두 나보다 연세가 있었기 때문에 수술 후 예후가 안좋을 경우 담당 교수가 확인할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나중에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아침일찍 간호사 선생님이 주고 간 압박 스타킹.
수술 중에 혈액순환을 도울거라고 수술 내려가기 전에만 신고있으면 된다고 하여 스타킹을 신었는데, 내 종아리가 좀 굵은 편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신게 될 줄은 몰랐네...
각종 동의서는 다 서명 했고...
전신마취이다보니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깨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살을 째고 그 안에서 수술 하는 것이다 보니 갑자기 과다출혈이 발생해 수혈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받을 수술인 '요도성형술'의 특이점은 요도를 수술하는데 회음부쪽에서도 절개하여 수술부위에 진입하는 것이다.

지난번 글의 사진을 참고하자면, 내 요도가 좁아진 부분이 빨간 원의 위치라면, 절개 부분은 녹색 원의 위치이다. 사진은 서있는 상태의 단면이지만, 수술대에 반듯하게 누워있어서 모양이 조금 달라지는데 남자라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요도라는 부위는 보통의 혈관만큼 작기 때문에 수술하는 것이 영 좋지 않다. 요즘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재발율도 꽤 높은 축에 속하고...

수술은 4시간가량 걸린다고 들었는데, 수술이 끝나고 여자친구에게 들어보니 예상 시간보다 더 걸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상태가 많이 안좋았거나 중간에 문제가 있었겠지.
수술이 끝나고 보니 배에도 방광루 카테터, 요도에도 도뇨관 카테터가 달려있더라.

수술 직후 바로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바로 호흡.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에 기계 호흡을 하는 동안 폐의 기능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로 병실로 돌아오게 되는데, 심호흡을 꾸준히 해서 폐 기능을 원래대로 빠르게 돌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폐가 상해 폐렴이 올 수 있다.


와 이건 뭐지 싶었는데, 요도는 수술 후 요도가 수축되지 않도록 모양을 잡고있는거겠지 생각했고, 방광루는 수술 후 바로 뺄 줄 알았는데 요도의 예후가 안좋으면 다시 수술을 해야해서 방광루를 또 해야하니까 유지를 하고 있는거라고 하더라.
그렇게 수술 하고 나서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아닌 입 안이었다.
입 안의 점막을 이용해 요도를 성형했다보니, 내 입 안의 왼쪽 벽이 일부 떨어져 나가있고 출혈이 있어 지혈제를 붙여놓은 상태.
그렇다보니 얘기는 살짝 해도 입을 벌리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다.
정확히는 입을 벌릴 수는 있는데 너무 아프다. 그리고 가만히 있다가도 아프다.
그래서 죽이 나오는데도 먹는 것이 쉽지 않다. 윗니와 아랫니의 간격이 1cm만 되도 너무 아팠다.

나야 어떻게 천천히 먹으면 되는데, 여자친구가 식사하는것이 영 시원치 않았다.
지하에 식당가가 있어서 아주 다양하진 않아도 다른데에 비하면 꽤 합리적인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움직이는 것이 수월치 않아 혼자 식사를 해야하는 외로움과 원래부터 잘 먹지 않기에 식당가는 거의 가지 않았고,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을 편의점에서 사와서 먹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수술 후에는 마취가 풀리면서 갑자기 너무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도록 버튼식 무통주사를 따로 달아주는데, 이게 가격이 세다고 한다. 요도쪽은 괜찮은데 입 안이 너무 아파서 주사를 누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수시로 작은 아이스팩을 볼에 대고 얼음 찜질을 해야 했다.

이 주사를 달고도 다 쓰지 않으면 결국 폐기 되기 때문에 퇴원 날짜에 맞춰 써보기로 했다.
아마 한번 누르면 5cc정도 들어갔던 거 같은데, 이게 연속으로 파바바박 누른다고 진통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한 번 누르면 30분 정도는 지나야 들어가는 것 같더라.

수술 후 간호사 선생님이 라운딩 하면서 산모들 쓰는 도넛방석을 지하에서 판다고 그거 쓰면 수술부위가 닿지 않으니 덜아플것이다고 들었는데, 사실 난 수술부위가 닿아서 아픈 느낌은 별로 없었지만, 고민 해보고 여자친구에게 사다달라고 부탁을 했다.
결과적으로 사용은 했지만 별 쓸모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당시 상태가 꽤 괜찮다고 담당 교수님의 말씀에 토요일에 퇴원 하자고 하셨지만, 금요일에 퇴원하고싶다고 했더니 별말 없이 그렇게 하라고 하시더라.